2008년 4월 언론사내용
글쓴이 : 최창희 날 짜 : 08-12-21 15:38 조회 : 977
다음달 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그라운드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스탠드 사이의 천막이 둘러쳐진 부분이 풍물시장이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이달 말 축구장에서…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 초청

지하철 2·4호선 '동대문운동장역' 이름 계속 사용

8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그라운드 주변을 가득 메운 풍물시장 점포들은 신설동 숭의여중 터에 마련한 새 풍물시장 부지로 옮기기 위한 이사 작업이 한창이다. 이 축구장은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 이후 철거에 들어가 이미 헐리고 없는 야구장의 뒤를 따라갈 운명이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소중한 근대 기념물을 추억하는 고별 행사가 이달 말부터 시작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가칭)'가 착공하는 하반기까지 이어진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건설돼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게는 '서울운동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은 80년대 잠실종합운동장이 생기기 전까지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를 치러내며 명실공히 '국민 축구장'으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하천변 노점상들이 옮겨와 풍물벼룩시장으로 이용해왔다.

 

◆축구장에서 '고별 음악회'

철거를 코앞에 둔 축구장의 관객석은 이달 말 오랜만에 가득 메워진다. 서울시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고별 음악회'를 열기 때문이다. 동대문운동장의 그라운드를 누볐던 왕년의 축구·야구 스타들이 대거 초청되며, 1만9496 객석이 들어찬 스탠드도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된다.

콘서트는 4월 23일에서 29일 사이에 날을 잡을 예정이다. 참가 가수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국민 가수'들이 대거 무대에 서는 열린 음악회 스타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운동장과 그 일대의 역사 문화적 의의를 되돌아보고 이곳에 들어서게 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의 미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된다.

◆마지막 행사는 석탄일 연등축제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열리는 마지막 행사는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로 결정됐다.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일요일 저녁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 출발해 종로거리를 따라 조계사로 이어지던 연등축제 제등행렬은 서울 최대규모의 거리 퍼레이드. 올해는 사월 초파일을 8일 앞둔 5월 4일 열린다.

제등행렬 출발 전에는 각 종단의 행렬 참가자들이 동대문 야구장에서 연등법회 '어울림 마당'을 열어왔다. 올해는 야구장 철거로 어울림 마당은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하고, 제등행렬은 동국대에서 출발하기로 해 불편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와 서울시가 연등축제가 끝난 뒤 축구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해 장소만 야구장에서 축구장으로 바뀌고 제등행렬은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축구장은 연등축제 바로 다음 날인 5월 5일 이후 본격 철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당초 7일까지 끝내기로 한 풍물시장 이전작업이 막판 난항을 겪고 있어 '돌발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병환 서울시 가로환경개선담당관은 "이전하기로 한 894개 점포 명단에서 자격이 없는 외부 상인이 발견돼 이전작업이 일시 중단됐다"며 "하지만 상인 대부분이 이전을 원하는 만큼 큰 차질 없이 순조롭게 이사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곽 밟기 행사

축구장을 철거한 자리에 '동대문디자인 플라자&파크'의 터를 닦는 공사로 한창 바쁠 7월에는 동대문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인근 서울성곽을 올라가는 성곽밟기 이벤트가 벌어진다.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시작해 이대 병원을 지나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1.2㎞ 구간 주변을 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올라갈 계획이다. 성곽밟기 이벤트를 전후해 코스 주변에서 다양한 길거리 공연과 문화 이벤트도 마련된다.

7월 이후에는 '동대문디자인 플라자&파크'의 본격 착공을 축하하는 행사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착공기념으로 KBS 전국노래자랑을 7월 중 열고, 시민참여 패션쇼, 특별세일 등 행사도 준비 중이다. 공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쇠울타리에 시민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색칠하는 '아트 펜스' 이벤트도 벌일 계획이다.

지하철 2·4·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운동장역도 서울시에서 '환경디자인 시범 역사'로 지정돼 올해 안에 확 바뀐다. 편의시설과 예술무대를 크게 늘리고 낡은 느낌의 타일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역사 곳곳에 그려진 추억의 호돌이(서울올림픽 마스코트) 그림은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역 이름 역시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동대문운동장은 헐리지만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은 지하철역 이름으로나마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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