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아저씨 DJ, ∼ 큐!”
글쓴이 : 홍보팀 날 짜 : 10-04-30 08:32 조회 : 3605

[수도권]“가게아저씨 DJ, ∼ 큐!”
 
■ 신설동 서울풍물시장 라디오방송국 개국
상인 6명 직접 마이크 잡아 사연과 함께 음악방송
상가의 새 명물로 떠올라

2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풍물시장 2층 라디오방송국에서 상인 이종근(왼쪽), 김호종 씨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개국한 이 방송국은 매주 수, 토요일 상인들이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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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그널 나갑니다. DJ분들 준비하세요!” 프로듀서를 맡은 최창희 씨(42)가 두 평 남짓한 라디오 박스를 분주하게 오가며 기계 상태를 최종 확인했다. “긴장하지 마시고, 집중하시고, 방송 시작합니다. 큐!”

28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풍물시장 2층에 자리한 작은 DJ 박스에 빨간 ‘생방송’ 불이 켜졌다. “안녕하세요.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입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하네요. 어제 우리 상인 여러분들 푹 쉬셨는지요. 오늘도 보람찬 일터를 만들어 나갑시다.” 커다란 헤드폰을 머리에 쓴 ‘DJ 산애’가 방송을 시작했다. 평상시엔 이곳 상가에서 스포츠 의류를 판매하는 김호종 씨(42)다. 이날 방송 첫 곡으로 김 씨가 직접 선곡한 가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시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서울풍물시장은 동대문운동장 안 풍물벼룩시장 상인들이 2008년 옮겨와 만든 상가다. 2층짜리 건물에는 의류와 수입과자 상점부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팔 법한 가요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는 상점까지 894개 업체가 빼곡히 입점해 있다. 이달 24일 이 시장 2층 중앙통로에는 작은 라디오 방송국이 새로 생겼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라디오 생방송이 흘러나오는 곳이다. 방송국에는 생방송이 가능한 실시간 영상중계방송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시장 내외부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는 물론이고 인터넷 아프리카 방송(star.afreeca.com)을 통해서도 청취와 동시에 라디오 진행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방송은 전문 DJ가 아닌 시장 상인 6명이 직접 진행한다. 구제 의류 및 가방 등을 판매하는 최창희 씨를 비롯해 김호종 씨와 이종근, 한봉석, 김복동, 이유량 씨다. 이날 김호종 씨와 함께 방송을 진행한 이종근 씨(DJ 브루스리)는 이전에 다방에서 DJ를 했던 경력을 한껏 살렸다. 한 씨는 현재 개인 인터넷방송을 운영 중인 DJ이기도 하다.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나머지 상인들은 서울시를 통해 기계 작동법 및 방송 진행법 등을 교육받았다. 상인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대본을 쓰고 방송을 한다. DJ를 맡지 않는 날에는 직접 프로듀싱도 맡는다.
 
 
이날 방송 직전까지 여유 있는 표정이던 김 씨와 이 씨도 생방송 버튼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책상 아래로 가려진 다리는 조금씩 떨리는 듯했고 손에 흥건한 땀은 연방 바지에 닦아냈다. 첫 노래가 끝나고 DJ 브루스리가 다음 달 1일부터 상인들의 이야기와 신청곡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30분 넘게 이어진 첫 방송을 마친 김 씨는 “우리 목소리가 이 큰 시장에 울려 퍼지니까 당연히 긴장된다”며 “그래도 아마추어니까 웃으면서 이 긴장감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방송으로 나가는 주요 내용은 시장 속 일상과 시장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시장 내 894개 상점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두 명의 DJ들이 마치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방송을 이어나가는 것이 특징. 상인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꾸며 사연을 소개하는가 하면 시장 역사와 함께 삶을 살아온 상인들의 에피소드 및 인터뷰, 고객들의 사연 등이 나간다. 당연히 주변 상인들 반응도 좋다. “방송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니 ‘목소리가 너무 느끼하다’는 평도 있었고 ‘목소리가 작으니 더 크게 말해 달라’는 분도 계시네요.”(김호종 씨)

시는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방송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방송국 운영 관련 구성작가와 취재기자, 모니터요원 등의 자원활동가도 모집할 예정이다. 라디오 방송 제작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서울풍물시장 상인회(02-2238-2600)로 문의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