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4-30 23:43
[르포] 개발 바람에 쫓겨 서울 풍물시장에 둥지 튼 상인들
 글쓴이 : 최창희
조회 : 5,560  
[르포] 개발 바람에 쫓겨 서울 풍물시장에 둥지 튼 상인들 


[쿠키 사회] “이제 그만 좀 옮겨다녔으면 좋겠어요. 남들처럼 한 곳에 정착해서 장사하고 싶습니다.”

30일 서울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에서 만난 박성주(54)씨는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기까지 겪어야 했던 지난 4년간의 애환을 떠올리며 앞으로는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

박씨 역시 다른 동료 상인들처럼 ‘황학동 벼룩시장’과 ‘동대문 풍물 벼룩시장’을 거쳐 서울풍물시장에 터를 잡았다.

나흘전 개장한 풍물시장에 옷가게를 차린 박씨는 “노점생활을 할 때는 구청 단속 피하느라 바빴고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부터 이 곳을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정부와 서울시를 믿고 이젠 정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게이머인 큰 아들이 올해 27살이 됐다”면서 “이곳에서 돈 많이 벌어 자식들 결혼자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박씨처럼 풍물시장 개장과 함께 자리를 잡은 상인은 894명에 달한다. 각 점포는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지만 곰방대와 도자기에서부터 각종 의류와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품이 진열돼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그동안 청계천 개발과 동대문운동장 철거 등의 개발 계획에 따라 그때마다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이들은 이제 한 곳에 뿌리 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안경점을 개업한 명기동(65)씨는 “당국의 결정에 따라 축구공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녀야만 했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한숨이 난다”면서 “시민들이 부디 이곳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산용품 가게를 장만한 김소례(70·여)씨는 “3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호떡 장사를 시작으로 안해본 일이 없다”며 “지난 며칠 동안 점포를 꾸미느라 어깨에서 파스를 뗄 날이 없었지만 번듯한 내 가게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김씨는 “시장 시멘트 바닥이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아 먼지가 너무 많이 난다”며 매장 안을 꼼꼼히 살폈다.

풍물시장 이재택 총무부장은 “시장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업종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면서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처럼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업종들을 상인들에게 권유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