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5-09 21:58
건물은 깔끔하지만…'장터 냄새' 안나 2% 부족
 글쓴이 : 최창희
조회 : 5,843  
건물은 깔끔하지만…'장터 냄새' 안나 2% 부족 
 
[현장르포] 신설동에 새로 둥지 튼, '서울풍물시장' 가보니… 
 
김태권 기자 
 
 
 
▲지난 4월 26일 신설동에서 서울풍물시장이 이전 개정해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문 기자 


서울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이 신설동 구 숭인여자중학교 부지로 이전해 ‘서울풍물시장’ 간판을 내걸고 새롭게 개장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2003년부터 동대문 운동장 안에 터를 잡고 시민들의 알뜰장터 벼룩시장으로 사랑받아 왔던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가칭) 조성사업으로 동대문 운동장을 떠나게 된 것. 황학동, 동대문을 거쳐 청계천 인근 신설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서울풍물시장. 애환으로 얼룩진 4년의 세월을 지나 드디어 지난 4월26일, 개장한 그곳에 가봤다.

이리저리 떠돌던 '서울풍물시장' 마침내 청계천변으로 이전
벼룩시장 터줏대감 상인들 고생 많았던 만큼 기대감도 커
고종임금 담뱃대 등 물건 각양각색…보물찾기 손님 '북적'
 
 


새로이 조성된 서울풍물시장은 총 80억7200만원을 투입해 청계천의 이미지를 담은 한자 내 천(川)자를 형성화해 지어졌으며 동대문 풍물시장에 입점해 있던 894개 점포가 입점을 마치고 지난 4월26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풍물시장’ 새 얼굴로 개장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풍물시장으로 가려면 신설동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통과해야 한다. 시장 입구가 대로변에서 멀다 보니, 길눈이 어두운 노인들은 다소 찾기가 어려워 보였다.

신설동역 10번 출구를 나서자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골목의 갈림길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한 장소로 모이기 시작하자 동대문 도서관 건물 뒤로 새하얀 천막 지붕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 서울풍물시장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장똘이(우리 고유의 봇짐장수인 장돌뱅이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사람들을 맞이했다.

건물 자체는 신축이라 상당히 깔끔했지만 바로 옆에 공사 중인 건물이 있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예전의 정겹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딘지 모를 딱딱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장을 둘러보며 정겨웠던 느낌을 조금씩 되찾게 됐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서울풍물시장 건물은 전체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은 색깔별 테마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몰려 있는 인파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쉽게 구별되는 색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고 점포들 또한 동대문 상점처럼 말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상인들도 구획에 맞는 색색의 조끼를 입고 있어 정리정돈이 잘된 느낌을 받았다.

아이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여전히 금슬이 좋아 보이는 노부부, 수업이 끝난 근처 학교 학생들, 파란 눈에 꼬부랑말을 쓰는 외국인까지 평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았다.

중고시계를 판매하는 아주머니는 “이게 많은 거야? 요 며칠 간 오늘이 제일 한산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황학동, 동대문을 거치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신설동 시장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시장을 거닐다 보니 추억의 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풍물시장’은 역시 ‘새것’보다는 ‘헌것’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서울풍물시장은 고서, 가발, 골동품을 중심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카메라와 전자제품의 판매와 수리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누렇게 변색된 고서나 대형서점에서 찾기 힘든 절판된 책, 386세대들이 즐겨 듣던 LP판, 다양한 각종 군사용품, 백색가전 등 쉽게 구입하기 힘든 특정 중고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눈에 담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 중에서 물 건너온 희귀한 상품도 보이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도 있었다.

말린 지네, 지네와 인삼으로 만든 술, 어린 시절 호기심에 사지도 않을 거면서 만지작거렸던 영어로 쓰인 간식들, 물만 부으면 열이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신기한 미군 전투식량 MRE (MEALS READY TO EAT), 사람 키만한 목조 조각, 70년대 트로트 가수가 입었을 법한 반짝이 의류, 오토바이 마니아들을 위한 멋진 헬멧과 가죽점퍼도 속속 눈에 들어왔다.

녹색 골동품 구역에 마련된 점포들은 예전 황학동에서 보던 골동품과 가전제품을 팔고 있었다.

족히 50년은 넘어 보이는 낡은 재봉틀에는 ‘훌륭한 제품! 당시에 너무나 고장이 없어서 이 제품을 만든 회사가 문을 닫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한 골동품 매장의 상품을 살피고 있다.    ©김상문 기자 

재봉틀 외에도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와 ‘고종이 사용했다는’ 곰방대 등 상인들은 물건에 확인 불가능한 재미난 사연을 붙여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먼지를 뒤집어쓴 낡은 에디슨 축음기에서는 옛 노래가 생생하게 흘러나왔다.

재치 있는 문구와 속아주고픈 거짓 사연에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2층 한쪽 벽면에 옛 청계천과 황학동 사진들을 벽지로 만들어 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추억에 잠겼다.

발품을 파는 만큼 좋은 물건을 살 확률이 높아지는 곳이 풍물시장인 까닭에, 시민들은 어린시절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풍물시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버려진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면 제 빛을 발하는 법. 세월이 지나도 물건의 가치를 아는 손님과 물건을 파는 상인 간에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서울풍물시장은 도심의 고층빌딩 사이에서 소외돼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놓은 흔적은 하나의 역사가 되어 오늘도 추억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맞고 있다.

고유의 향기를 갖고 문화의 층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도심 속의 문화장터 서울풍물시장의 판매제품은 그 종류만큼이나 값도 다양하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함께 볼 수 없는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또 다른 매력을 풍기기도 한다.

편의시설 부족, 시장 구조적 문제 등 아직은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즐거운 곳이었다.

기상천외한 물건들, 푸근한 인심, 싸고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 휴일 나들이 삼아 가족 단위로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무엇을 사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는 그냥 신설동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십중팔구 찾던 물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을 외국의 유명 벼룩시장처럼 서민의 정취가 묻어나는 유명 관광명소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취재 / 김태권 기자  taekwony@naver.com

사진 / 김상문 기자 

 
 
▲서울풍물시장의 건물은 2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층은 색깔별 테마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김상문 기자 
 
 
▲서울풍물시장의 한 골동품 코너에서 판매중인 공예품들.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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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8:01] ⓒ브레이크뉴스